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홈플러스 근무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중 1조 원 규모를 손실로 떠안아야 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협력업체 측에서도 납품을 중단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한 때 재직했던 저는 납품 중단 소식만 듣고도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찾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천억 원을 투자했다 전해지는데 이는 이자로 인해 규모가 1조 1천억 원을 상회할 만큼 불어났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생 개시로 2조 원 규모의 금융채무 상환을 유예받고 10년간의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홈플러스는 계속해서 유망한 기업들이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되었지만 좌절되어 왔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타격으로 MBK 측에서는 기존 점포들을 정리, 매각하고 부동산 자산으로 돌려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태로 다시 부동산 자산이 언급되며, 이를 통해 금융채무 상환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국민연금에 크나큰 타격이 간 만큼 홈플러스 향후 행방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특히 MBK 회장의 역대 행보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MBK의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 제기는 노동조합 측에서도 수년에 걸쳐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 더더욱 강하게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에서는 적자에 대비해 인력 충원보다 기존 인력을 부서 간 유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불거지며 재직 중인 직원들 역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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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부업체 인력을 감축시키고 점포들이 매각되는 것을 봐왔습니다. 사실, 뭔 화려한 이름을 갖다 붙이며 다양한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만능 직원을 양성한다 어쩐다 했지만 결국 실상은 내 부서에서 일하다가도 계산대에 불려 가기 일쑤였고, 1인당 1 부서를 담당해야 했다면 그 이상까지도 담당해야 하는 고초까지 겪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커머스 부서까지 힘을 얻으면서 저는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했습니다. 이커머스 수십 명 vs 저 혼자였으니까요(운 좋으면 +1명~+2명 정도). 그렇게 사람을 굴렸으면 파산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최대한 건조하게 적어보려고 했지만 그 당시 열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 선언문 뉘앙스로 적게 되었네요. 어찌 됐든 지금 다니고 있는 분들도 아직 있으시고, 최대한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동시에 너무 열받네요. 진심으로 MBK 회장께서 직접 자키 끌고 다녀보라고 하고 싶네요. 안 끌고 다닐 거면서 왜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해당 기업에 몸을 바쳐 종사하신 분들이 계신데, 노력을 휴지조각으로 보는 건지 뭔지 모르겠네요. 왜 이렇게 예민하냐 싶겠지만 이렇게 말이 나올만합니다. 일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고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무 강도는 점포 바이 점포라서 모든 곳이 다 힘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저는 힘들었으니까요. 말 그대로 뼈를 갈아서 바친 세월이 있는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국민연금까지 끼어있는데 이 아사리 판을 만들다니요.
홈플러스를 사랑하는 것도 혐오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바친 세월에 대한 애증인 것입니다. 날 그렇게 굴렸다면 적어도 똑바로 살아야지 정도의 뉘앙스입니다.
또 동종업계로 이직하면 된다는 말도 나오는 듯한데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나마도 생존을 위해 익스프레스로 많이들 옮기는 분위기였는데, 그것도 옛말이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익스프레스가 매각하기 더 쉽다는 말도 나오네요.
최소한 앞으로 회생 위해 똑바로 끌고 가던가 아님 적어도 기존 직원들한테 배상이라도 똑바로 해주던가 했으면 하네요. 전자가 가장 베스트지만 버틴 분들에게 무언가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보통 정신력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니었어요.
덧붙여서 홈플러스 상품권은 사용가능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나 봅니다. 창립행사 5일 만에 이런 사고가 터지다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창립행사 특: 사람을 갈아 넣는 행사임 그만큼 성과가 나면 위안이 됨.)
저도 새로운 정보 배워 나가려고 가볍게 찾아봤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네요. 별개로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건데 모쪼록 다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재직 중인 분들에게) 제가 누군지 유추되신다 싶으면 저한테 한 번 연락 주세요.
이유는 없습니다.